줄어가는 근로 가능 인구, 적재적소에 필요한 전문가 프리랜서 매칭이 대안이 될 수 있어
급성장하는 국내외 프리랜서 시장… 15만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조차 수요 증가세
업무 성과 기반 데이터 적용한 매칭 최적화 기술 적용, 자체 전문성 검증 프로세스 구축
기술 발달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각 기업들은 저마다 인재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면서도 빠르게 발전하는 마케팅, 개발, 디자인을 비롯해 기술 기반 프로젝트 등이 그렇다.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해결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구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타이밍과 적합성이다. 해당 업무나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재를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찾기에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뽑은 사람이 정작 해당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추가적인 채용을 하거나 전문 기업에 의뢰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화려한 경력과 스팩의 소유자라해도 이른바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노동 시장이 경직된 상황이거나, 사람의 경험에 의존한 채용 프로세스가 적용될 때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하는 방식의 다양화가 진행되며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존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에서 대거 이탈한 전문가들은 속속 등장하고 있는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주도적인 수익 창출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들은 신기술, 새로운 분야에 대해 충분한 인사이트가 없이 ‘비전문가가 해당 분야에 전문가를 찾고 있는’ 상황이 심심지 않게 연출되고 있다.
요점은 고용 시장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전문가와 그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 간에 최적화된 매칭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롸잇’은 이렇듯 심화되는 HR 분야, 그 중에서도 프리랜서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7월 창업한 롸잇은 연세대학교, 에이티커니(AT Kearney), 인터브랜드 전략컨설턴트 출신 최준순 대표와 삼성화재, BAT 그로스 마케터 출신 연준현 이사가 공동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 스타트업은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단기간 고속 성장을 위해 한시적으로 전문가가 필요한 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미엄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 ‘원포인트’를 선보이며 시장에 존재하는 페인포인트를 하나씩 허물어가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성공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가 심사와 기업의 니즈에 최적화된 매칭 프로세스다. 극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시작부터 시드투자 유치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팁스 선정 등 연이은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롸잇의 최준순 대표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찌감치 경험한 ‘창업의 맛’
“정치외교학과와 창업은 좀 관련이 없긴 하죠(웃음). 솔직히 학부 시절에 학과 공부보다는 창업학회활동을 더 열심히 했어요. ‘인사이더스’라는 연고대연합학회였죠. 졸업 후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사실 좀 두렵더군요. 그래서 일단 남들처럼 취업을 해 경험을 쌓아보자는 생각에 유통 관련 대기업에 입사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결국 반년만에 퇴사했어요. 일 자체는 제 성향과 굉장히 잘 맞고 재미있었지만, 전문성이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또 저는 주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을 하는 것을 원했지만, 한계가 있었던 점도 있고요.”
처음 창업에 관심을 가진 계기를 묻는 질문에 최 대표는 오래 전 대학 시절을 언급했다. 일찌감치 경험한 창업의 매력은 그를 대기업에 안주할 수 없게 한 듯했다. 대기업 퇴사 이후 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터브랜드, 에이티커니(AT Kearney) 등에서 전략컨설턴트로 경험을 쌓았다. 역시 대학시절 브랜드 전략 등의 대외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인터브랜드에서는 3년 정도 기업과 제품 브랜딩과 가치평가 등의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어요. 굉장히 재미있게 일을 했는데, 사실 브랜드 전략은 사업 전략의 하위 개념이라 간간히 한계를 느꼈죠. 그렇다면 경영 전략을 수립해보는 일을 하자고 해서 에이티커니로 이직을 하게 됐고요. 그때부터 경영 전략을 중심으로 경험을 쌓아 갔죠.”
그렇게 총 5년의 기간 동안 그는 브랜드를 비롯한 경영 전략컨설턴트로서 살아가며 현재 롸잇의 공동창업자를 만나게 됐다. 인터브랜드 근무 당시 후배로 만난 연준현 이사다. 성향과 기질이 비슷한 두 사람의 인연은 각자의 전문성을 쌓아가며 오래도록 이어졌다.
한달 간의 제주도 합숙, HR 분야의 페인포인트 발견과 검증의 시간들
최 대표의 창업 도전은 사실 에이티커니를 퇴사한 2021년 무렵부터 시작됐다. 대학시절 경험한 창업의 욕구를 비로소 현실화 한 셈이다. 초기 아이템은 시니어를 대상 생활 지원 서비스 분야였다. 물론 시작은 순탄지 않았다.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던 즈음, 절묘한 타이밍(?)처럼 연준현 이사가 퇴사를 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창업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같이 이야기를 나눠왔던 터라 바로 ‘함께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짐을 싸서 바로 제주도로 내려갔어요. 한달 동안 합숙을 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분야를 검토하고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죠. 대략 20개 정도의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해 봤던 것 같아요. 그때 접한 책이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인데, 핵심 메시지가 창업을 시도할 때 우선 단순한 형태로 프로토타입의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 고객의 지불의사를 확인해야 된다는 것이었죠. 시장성을 우선 검증하고 가능성을 확인하라는 말이었어요.”
방향성을 정한 두 공동창업자는 이후 고려하고 있는 각 아이템의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검증하는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현 롸잇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단기간 최고 매출이 발생했다. 최 대표는 “큰 돈은 아니었지만, 실제 고객들이 힘들어하는 페인 포인트를 확인한 순간”이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저희가 생각했던 가장 큰 문제는 작은 기업들이 실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대상이었죠. 법인을 설립하기 전까지 우선 100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무작정 콜드 메일을 보내기도 하며 영업에 총력을 기울였죠. 또 전문가 풀도 확보를 해야 해서 링크드인 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 저희 사업을 소개하며 전문가 풀을 구축했죠.”
이제 막 창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의 한계가 있었지만, 최 대표의 시도는 영리했다. 초기부터 시스템이나 플랫폼 개발에 나서지 않고 롸잇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이메일과 카카오톡 알림을 통해 영업과 전문가풀을 구축한 것이다. 최 대표는 “사실상 초기 MVP는 랜딩 페이지 하나에 불과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함부로 개발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기존에 나와 있는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방침이었고, 규모가 커질수록 하나 둘씩 SaaS 서비스를 도입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어왔죠. 법인 설립 전까지 주력한 것은 고객과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었어요. 전문가풀도 초기에는 좋은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자를 중심으로 접촉을 해 확보하는 방식이었죠. 그 안에서 기업이 진정 원하는 최적화된 전문가와 실제 전문가가 보유한 기술이 매칭되는 경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죠. 100% 매칭은 쉽지 않다고 하지만 그에 가깝게 오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 저희가 지금도 하고 있는 일 입니다.”
전문가와 기업의 니즈를 모두 충족하는 플랫폼 개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최 대표는 “실력있는 전문가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예상보다 기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잘하는 전문가를 파트타임 또는 단기로 연결해주는 방식도 만족도가 높았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최 대표가 생각한 롸잇의 목표는 그 이상이었다. 그러한 계획은 법인 설립 직후 매쉬업엔젤스와 소풍벤처스로부터 유치한 시드투자를 활용해 현실화되고 있다.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프리미엄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입니다. 그렇기에 전문가의 검증을 더욱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죠. 전문가를 검증하고 매칭하고 관리하는 대가로 기업들에게 적정 수수료를 받는 입장에서 최적의 전문가를 연결시켜드리는 것이 저희 역할이니까요. 또 프리랜서 전문가 분들에게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업 추천부터 모든 것을 다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롸잇의 핵심 서비스, 이른바 ‘원포인트’로 명명된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은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과제로 선정되며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핵심은 기술로서 전문가 검증의 고도화를 이루는 것이다.
“첫 번째는 점문가의 심사를 자동화하는 기술입니다. 두 번째는 심사를 할 때 적용되는 문항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업데이트하는 기술이죠. 향후에는 이 결과를 시각화해 고객사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기업들에게 추천하는 전문가 프로필과 함께 보유 역량과 3단계의 심사 과정을 안내하고 있죠. 현재는 이제까지 확보된 성공 모델, 즉 고성과 전문가 그룹의 데이터를 새롭게 심사를 거친 전문가의 답안 데이터와 비교해 유사성을 확인하고 고성과 가능성을 추정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요. 향후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확보되고 자동화가 진행되면 더욱 고도화될 예정입니다.”
대기업까지 아우르는 스케일업 진행 중
창업 준비 기간 포함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현재 롸잇은 초기 목표로 했던 기업고객 수를 훨씬 뛰어 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전문가 풀 역시도 초기 방식을 벗어나 광고를 통해 지원자를 확보하거나 기존 전문가 풀에 속한 전문가가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현재 400명의 전문가 풀이 구축돼 있고 매달 30명~50명씩 증가하고 있어요. 속도를 내려면 더 낼 수도 있지만, 저희 서비스의 가장 큰 자산은 전문가라는 점에서 가급적 풀에 속한 전문가 분들 모두에게 기업을 매칭시켜 드릴 수 있는 선에서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기껏 심사를 통과하고 오래도록 매칭이 안되는 것은 전문가 분들 역시 고객이라는 측면에서 안 좋은 고객 경험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다시 말해 최 대표는 프리랜서 HR 분야의 양면 시장, 즉 기업과 전문가 모두가 롸잇의 효용감을 최대치로 경험하게 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롸잇이 직면한 HR 시장의 경쟁 상황은 만만치 않다. 기존 구인구직 사이트를 비롯해 저마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하는 플레이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기존 HR 시장에 비해 프리랜서 HR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롸잇만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기존 HR 플랫폼들이 점차 프리랜서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프리랜서 시장은 막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이를 선도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고요. 또 저희는 전문가 퀄리티를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을 하지 않는 대신 어느 경쟁사보다 전문가 검증을 엄격하게 하고 있어요. 실제 심사에 통과하는 합격률은 꽤 낮은 수준이거든요. 대략 전체 지원자의 10% 정도죠. 왜 ‘원포인트’를 써야하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전문가 퀄리티가 좋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이렇듯 확고한 전문가 검증 시스템을 기반으로 롸잇은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업-전문가의 매칭을 넘어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고용 관계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마케팅 분야에 국한된 전문가 풀 역시 개발 및 디자인 영역을 시작으로 직무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이러한 플랫폼 고도화, 직무 확장이 완료된다면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 고객의 니즈까지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비즈니스 확장성을 강조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대기업까지의 스케일업이 이뤄지고 난 후에는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미국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고, 이러한 고용 유연화 시대에 프리랜서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죠.롸잇의 ‘원포인트’는 프리미엄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으로서 국내외 프리랜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겁니다.”